[뉴스엔 서지현 기자]
시청자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과거 제작진이 의도한 대로 받아들이던 수동적인 시청자들은 이제 극을 이끌어가는 능동적인 태도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측은 12월 30일 극 중 유진이 맡은 배역인 오윤희의 DNA 감정 결과서 중 남성을 뜻하는 'XY 염색체' 표기가 소품상 실수였음을 인정했다.
앞서 지난 29일 방송된 '펜트하우스' 19회에서는 심수련(이지아 분)이 민설아(조수민 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오윤희(유진 분)를 지목했다. 당시 심수련은 민설아의 손톱에서 나온 유력 용의자 DNA와 오윤희의 DNA가 일치한다는 DNA 분석 결과지를 증거로 내밀었다. 문제는 DNA 분석 결과지에서 오윤희가 남성을 뜻하는 XY 염색체로 표기됐다는 점이다.
해당 방송 직후 오윤희가 여장남자 혹은 트랜스젠더라는 의혹에 휘말리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일부 시청자들은 '펜트하우스' 공식 포스터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모두 앉아있으나 남성 캐릭터와 오윤희만 서 있다는 점을 짚어 '오윤희 남자설'을 주장했다. 또한 영화 '이태원 밤하늘엔 미국 달이 뜨는가'에 출연한 배우가 국내 1호 트랜스젠더 연예인 '오윤희'였다는 점 역시 추측에 힘을 실었다.
결과적으로 '펜트하우스' 속 '오윤희 남자설'은 단순히 소품 상의 실수로 해명됐으나 누리꾼들의 놀라운 추리력은 가히 감탄을 자아낼 만했다. 앞서 주석훈(김영대 분)-주석경(한지현 분) 쌍둥이 남매의 친모로 지목된 이른바 '나비문신'의 주인공 역시 시청자들의 추리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누리꾼들은 강마리(신은경 분)가 목욕탕 세신사로 근무하던 장면에서 사모님들 중 나비문신을 한 인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시청자들은 단순히 작가가 의도한 대로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장면 하나하나를 해석하며 작은 복선을 발굴하는 재미로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다. 수동적으로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드라마에 '개입'하는 능동적인 참여자가 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화제의 드라마 JTBC 'SKY 캐슬'(이하 스카이캐슬)에서 진면목을 발휘했다. 당시 '스카이캐슬' 내 유일하게 청렴결백했던 캐릭터인 황치영(최원영 분)은 진진희(오나라 분)와 불륜설, 스토리 반전의 핵심 인물 등 다양한 추측에 휘말렸다. 또한 시청자들은 '스카이캐슬' 오프닝 영상에서 황치영만 타 등장인물들과 빛을 비추는 방향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 그가 핵심인물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특히 배우 최원영이 KBS 2TV '해피투게더 4'에서 자신이 맡은 황치영에 대해 "불구덩이로 뛰어들어가는 캐릭터"라고 표현하며 추측은 거의 기정사실화 됐다. 결론적으로 시청자들의 추리와 황치영 캐릭터의 배후설은 모두 해프닝으로 끝났으나 드라마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한층 심오해졌음을 말해줬다.
뛰는 드라마 위에 나는 시청자가 있는 셈이다. '꿈보단 해몽'이라는 말처럼 시청자들은 사소한 장면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 것이 드라마를 소비하는 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작가의 단순 실수나 사소한 장면에도 시청자들은 숨을 불어넣고 다양한 해석의 장을 연다. 대중이 문화를 소비하는 데 있어서 한층 발전하고 성숙해졌다는 점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앞서 '응답하라' 시리즈에선 이른바 '남편 찾기'가 스토리의 핵심 내용을 차지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 편집되며 스토리를 진행함에 따라 단서들을 토대로 출연진 중 어떤 인물이 주인공의 남편인가 추리해보는 점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줬다. 특히 '응답하라' 시리즈와 '스카이캐슬' '펜트하우스' 등은 대놓고 추리극을 표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미를 배가시켰다. 시청자들을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게 하면서 이들이 능동적인 참여자로 개입할 수 있도록 '놀이의 장'을 열어두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히 일차원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시청자들이 극에 개입하고 생각의 여지를 던져주는 것이 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발전하는 시청자들의 추리력만큼 이들에게 신선함을 가져다 줄 파격적인 작품이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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